‘무릎을 굽히고 두 손 모아 천수관음께 빌어 사뢰나이다.
아니면 쳇바퀴 돌듯 살아서일까.설령 그렇다 해도 새해가 되었으니 ‘희망을 이야기하자.
아차 싶다가는 어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.법당문을 열고 내다보니 온 세상이 하얗다.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한 해지만.
지난 세월 내가 본 설국 풍경이 꼬리를 물고 숨을 내쉴 때마다 허공 중에 하얗게 퍼져나갔다.끝으로 그대가 나를 만나 날마다 하는 일이 무엇인가? 묻는 석두 선사에게 방(龐)거사가 바친 게송 일부를 남긴다.
吾生行歸休) 하였다지.
천 손에 천 눈 하나를 덜기를.동지가 지났으나 여전히 길고 긴 밤.
두 눈이 먼 내라 하나쯤 은밀히 고치어 아아 나에게 끼쳐주신다면.법당문을 열고 내다보니 온 세상이 하얗다.
원영 스님청룡암 주지.새로울 것 하나 없는 날들이어도 새 마음 내어 새날을 만들어보자.